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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01:14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김현석 감독은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흥미롭지만 모호한 여자주인공을 제시했었는데, <스카우트>의 이세영은 이와 같은 듯 다르게 변주된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전의 상황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그것과는 큰 관련이 없이 이호창(임창정)의 대 학생활과 현재가 교차되며 이어진다.
선동열이라는 고교 최고 투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 호창은 라이벌 학교와 치열한 경쟁을 하는 와중에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조우한다. 그녀 곁을 얼쩡거리는 깡패남자를 통해 질투를 하다가 세영이 몇 년전 자기를 아무 이유 없이 떠났던 일에 미련을 갖게 되고 드라마는 그가 서울로 떠나기전의 열흘을 펼쳐놓기 시작한다. 멜로로써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세영이 호창을 버린 이유에 관한 것인데, 이는 스카우터로서 출장온 남자의 사정과 혼란 속 광주 이 둘이 만나며 종래의 야구영화나 광주영화와 또 다른 시각을 낳는다.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이 시위의 피튀기는 현장에서 현실을 깨닫고 뛰어들었다면 엄지원의 역할은 차분하면서도 가열찬 시민운동가의 초상을 그린다.
야구를 둘러싼 이야기와 대학생 후일담이라는 두 뼈대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보였는데, 세영과 호창이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며 뜻밖에 밝혀지는 사연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드러난다. 운동권에 속해 있던 세영을 호창은 ‘그거 사실 다 겉멋아니냐’고 조롱하고 야구에 매진하며 정치에는 무관심한 호창을 세영은 무시했었다. 세영이 몸담은 조직의 데모장소에서 ‘무개념’의 호창은 이를 진압했었고 사소한 그 사건은 둘 사이에 건널수 없는 강을 흐르게 해버렸다. 그런데 518이 일어나기 전 짧은 기간을 함께 하며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세영은 동렬 모(母)를 소개해주고 호창은 어렴풋이 세영의 사상과 활동을 인정하며 둘은 서로의 입장을 받아들여간다. 하지만 스토리가 거기서 머물렀다면 아직 아물지않은 상처인 광주에 대해 우리가 아직 웃을수없는 것 또한 엄연하기에 뭔가 부족했을 것이다.
최루탄 속에서 심상치 않은 광주 시내를 보면서 거리감을 유지하던 호창은 마침내 선수 스카우트에 성공해 계약하려는 순간, 세영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그제서야 알아챈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서곤태과의 세영구출작전은 결국 성공하며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TV로 선동렬을 보며 웃고 있다.
후반부 취조실에서 경찰들이 호창을 잡아와 대질시켰을 때 ‘이쁜 아가씨가 데모 하지 마세요’ ‘아저씨나 잘하세요’라며 서로를 외면하는 장면은 상투적인 미장센임에도 80년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임창정의 코미디언적 기질이 진지한 주제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호창이 후배와의 사랑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용서를 구하는 씬만큼은 두드러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한 그 앞에서 세영은 ‘하던대로 하고 살지 왜 그래요, 위험하잖아’라고하는데 여기에서 서로 다른 아비투스 속의 남녀는 화해를 하게 된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호창이 감옥에 있었으므로 몸을 부지했을 거라 했으나, 정석적으로 간 엔딩은 여지를 남겨놓았다. (영화연대 수록글) 글쓴이 : Wangn (홀리키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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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6 01:51

<원스> (Once)

2007년 9월경 소규모 체인망으로 개봉했던 영화 <원스>는 볼만한 이들은 꽤들 봤을 것이다. 필자도 아주 최근 수원(사는곳)에 내려왔을 때 운좋게도 관람할수 있었고 많은 이들의 찬사를 확인할수 있었다. (글쓸당시) 영화는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이고 (그래서 어딘가에선 ‘뮤지컬영화’라고도) 사랑 이야기이고 젊은날의 초상이 담긴 아일랜드 작품이다. 그런데 <원스>는 자세히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에 극적 반전도 없는데 어떻게 유럽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을까. 이 칼럼에서는 그 점을 주로 생각해볼까 한다.
<원스>가 어필할수 있었던 점, 첫째 음악 당연한 말인지 모르지만 <원스>는 주인공들이 부르고 연주하는 음악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된다. 영화 시작에서 ‘남자’가 부르는 ‘Say it to me now'는 짙은 호소력이 있고, 남녀의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Falling Slowly'는 요즘 길거리에서 들린다는 소식도 있을 정도로 가장 히트(!)하였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아트필름 뮤지컬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감독 존 카니의 발언인데 이는 정확히 들어맞은 걸로 보인다. 감독, 배우들 모두가 밴드에서, 또 뮤지션으로 크고 작게 활동했다는 영화 뒷이야기를 듣고 나면 역시 <원스>에서 보인 뛰어난 음악성이 이유가 있구나, 알게 된다. 비단 남녀주인공뿐 아니라 영화의 조연들이랄 수 있는 사람들도 음악의 감상자로서 충실했던 것 같다. 처음에 여자(마케타 잉글로바)가 연습하는 악기가게의 주인은 남녀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때 흐믓하게 바라본다. 또 마침내 스튜디오를 임대해 데모테입을 녹음할 때 담당 기사도 처음엔 이 오합지졸 ‘악단’을 무시하지만 실력을 보고는 최선을 다해 제작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지만 대출을 하러간 은행 직원도 왕년에 자기도 음악을 했다는듯 글렌한사드-남자 역-앞에서 기타를 치고 말이다.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 작은 돌풍을 일으킨 <원스>의 음악과 연출스타일은 결코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목말랐던 계층이 많았음을 현재의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필자 생각에 이런 모습들은 예전에 영국 인디영화 ‘풀 몬티’와 발레를 소재로 한 ‘빌리 엘리어트’에도 비교되는 듯 하다. 어필 요소 두 번째, 그들의 사랑! 투명하다, 정직하다, 위로를 준다, 치유한다, 충만한 느낌이다. 이 작품에 대한 지난 몇 달간 네티즌 20자평에서 골라본 표현들이다. 그만큼 <원스>에서 묘사되는 남녀의 사랑이 따뜻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구나, 싶다. 독립영화, 게다가 영화쪽에선 변방인 아일랜드산이라 그런지 간혹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보면서 작은 것들에 미소짓고 보고 나면 무언가 감성의 충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국경도 나이차도 없다지만 ‘the guy'와 ’the girl'(영화에 그렇게 나옴)의 차이는 사실 컸다. 남자는 음악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싱어송라이터로 오매불망 데뷔만을 꿈꾸며 길거리에서 외롭게 노래하고 있었고, 여자는 이른바 싱글맘으로 아기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헤어진 것도 기다리는 것도 아닌’ 상태로 남편과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만난다’. 어쩌면 서로의 쓸쓸함을 서로가 알아본다 해도 요즘같은 세상엔 먼저 손을 내밀기가 어려운건 아닐까. 이미 세파에 너무도 찌들었기에, 또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할 자신이 없다는 변명으로... 하지만 어쩌면 기적과도 같달까, 남과 여에겐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고, 구차한 각자의 삶을 뒤로하고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사랑이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수도 있는거구나’라는 대사가 있는데, <원스>의 ‘폴링 슬로울리’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노래 가사에 따르면 ‘천천히 빠져들어요, 자신만의 멜로디를 부르며.’ -그런데 falling은 아시다시피 중의적이다. 내려오다와 빠지다.- 사실 이 영화를 대하는 자세는 극명하게 두갈래로 나뉘는데, 말이 필요없기 때문에 구구절절 논하는 것은 ‘배신행위’라는(ㅎㅎ)것이 하나고, 그럼에도 불구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분석해보는 이 두가지이다. 밝히자면 이 칼럼은 그 둘 사이에서 다소간은 어정쩡한 채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렸을때 이상하게(?) 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그만큼 이 작은 영화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돌아보게 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이든 아니든 표현하게 하는 실로 위대한(!) 힘을 지닌것 같다. 그리고 음악이나 사랑 외에 본인이 눈여겨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런던으로 떠나려는 주인공에게 보였던 아버지의 반응이었다. 무덤덤한듯 아들의 떠남을 받아들이고 약간이나마 모아놨던 돈을 가져가라며 흐믓한 얼굴로 ‘노래 다시 틀어달라’던 그 노인의 모습.
어차피 모든 것이 선택이라면, 뮤지션은 음악적 성공을 위해 해외로 가고, 여자는 행복한 가정을 위해 그 자리에 남는 결말이 꽤나 긴 잔상으로 남았다. 요즘 잘 듣고 있는 토이(Toy)의 노래처럼,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once)의 기억을 간직한채 뜨겁게 안녕, 하고 싶은 때이다. 지난 시간들의 영화들과도. by 히메 (영화연대 동시 수록 칼럼 by 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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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4 03:08

김정은 론 - 네오이미지스 수록 Criticism

두편의 영화로 살펴본 '김정은 論'
<사랑니>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판타지는 욕망을 투영한다. <사랑니>는 감상하기 전에 예상하기에도 여성 주체의 욕망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작품같은데 실제로 그러했다. 정지우는 이미 전작 <해피엔드>에서 여자의 성욕과 그 한계를 당시로선 꽤 충격적인 방식으로 그려냈었는데 5년만의 신작 <사랑니>는 좀더 쿨한 것 같다. 조인영은 서른살의 학원 수학 강사이다. 남자친구(김영제)와 평탄한 동거생활을 하고 있던 그녀에게 운명처럼 학원의 한 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의 이름은 이석. 한편 이석을 좋아하는 또 한명의 조인영(정유미)은 원래 이석의 쌍둥이형과 친구였는데 교통사고로 그를 떠나보내고는 이석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화는 초중반부까지 조인영이 서로 다른 둘이라는 것을 모르도록 다소 관객과 게임을 하듯 진행되다가 갑작스럽게 그 구조를 드러낸다. 사회 통념을 뒤집는 소재에 이끌려 영화 속 여자주인공을 따라가다가 정유미와 김정은이 같은 역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면서는 <사랑니>가 다분히 급진적임을 감지하게 된다. 치통 특히 사랑니는 성인에게도 아주 늦게서야 통증을 유발할수 있고 예기치못하고 제어할수 없다는 점에서 인영의 사랑과 비슷하다고 할수 있겠다. 남성인 감독은 김정은이라는 매우 대중적인 연기자의 눈높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지만 반쯤은 이해불가한 애정행각들을 전시한다. 속칭 원조교제라 불리며 10대와의 섹스와 결부된 연애담이 한국영화들에선 드문데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오가며 <사랑니>는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어떻게보면 연출은 연출대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고 연기 또한 영화 주제와의 접점을 잘 찾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김정은의 스타일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미세한 부분부분들에서 그녀가 코미디를 하고 있다는 걸 느낄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시나리오 대사와 애드립이 섞였던 게 아닐까? 계속 절묘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제작을 청년필름같은 마이너 쪽이 아닌 시네마서비스가 맡았다는 점도 <사랑니>의 절충적 면모라고 본다. 고등학생에게 사랑에 빠질 정도면 조인영에게 엄청난 첫사랑의 비밀이라도 있을것 같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13년전 남자는 사실 특출난 매력남은 아니었다. 10대에 푹 빠지고 친밀한 정사도 나눈 상황에서 이석에게 반한 이유인 어른 이석이 나타나고, 인영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첫사랑의 환상에서 깬다. ‘하나도 닮지 않았잖아.’
<사랑니>는 퍽 대담한 소재만큼이나 형식도 파격적이다. 인영의 유사 플래시백으로 출발하여 2가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죽은 남자의 쌍둥이를 사랑하고 관계도 맺은 소녀, 현재 동거하고 있는 편안한 남자와 제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30살 여자. 각각 조인영과 이석이라는 동일명은 작위적이지만 흥미로운 장치다. 그런데 다소 기이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서른살 조인영과 이석이 학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를 사람들에게 들키고 까페에서 친구와 허심탄회한 술자리를 갖는 것이 그것이다. 사람이 사람 때리는게 나쁜거지 사랑이 불륜이냐, 어젯밤 비가 왔는데 잠든 사람은 그걸 모르는 거다 등의 말을 쏟아내던 인영. 일면은 소녀 조인영과 이석의 관계도 쿨하지 못한 점이 있어 보인다. 성에 일찍 눈을 뜬 두 고교생이 우발적인 동침을 하고 난 후 그들처럼 늬가 날 사랑한거냐, 너 때문에 아프다 라는 순애보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은 요즘 세태에선 드물 것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 사이엔 죽은 이수가, 남자친구로, 쌍둥이형으로 존재했기에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랑니>의 몇몇 인위적인 설정들은 작가주의라 부를만한 정지우 감독의 스타일을 통하여 영화의 이음매를 보여주며 헐리웃이나 기존의 멜로물과 차별성을 갖게 했다. 단점이라면 김정은의 너무도 익숙한 연기가 실험적인 스타일과 다소 따로 노는 점과 이태성의 어색함 정도 랄까? 극중 이석과 인영이 키스를 나누며 공중으로 떠오르는 문제의 씬은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리드미컬한 영화음악과 균열을 일으킨다. 그런 반면, 서른살 그리고 선택이라는 주제에 끊임없이 집중함으로써 난해한 고비들을 천연덕스럽게 때론 아찔하게 넘어간다.
마지막에 대단히 인상적인 대사와 구성 속의 소녀 조인영이 나오긴 하지만 결국 <사랑니>는 어른 조인영의 종합적인 판타지라고 볼수 있다. 주인공 남자들중 누구도 인영과의 관계를 후회한다거나 그런 모습은 없지만 3명의 남성이 총출동하는 엔딩씬을 떠올려보면 인영의 캐릭터는 미묘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으로 ‘공주’랄수도 있겠고 장르적으로는 ‘팜므 파탈’일 수도 있다. (고등학생과 사귀는 30대 여성은 현실에선 상당한 지탄의 대상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것은 배우 김정은의 이미지와 일정 부분 일치하면서 또 파격이 있기 때문에 감상자는 몰입할수 있지만 엔딩크레딧과 동시에 허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냉정하게 평하자면 주인공역을 다른 배우가 했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기에 그녀만이 할수 있는 엔터테이너적 요소가 분명 있었고 이로 인해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곱씹게하는 매력을 지닌 여성캐릭터 조인영이 생겨났다. 성형으로 인해 조금 부자연스런 표정들이 있긴 하지만 목소리는 매우 섬세하고 재치가 있다. 이는 ‘타이밍 하고는.’ ‘아직 아이니까 앞으로 잘 가르치면 되겠지?’ 따위의 혼잣말과 마음속 대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와 CF에서 소비되고 익숙한 이미지에 탤런트와의 연애 등으로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던 김정은은, <사랑니>를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고 한국멜로영화의 새로운 인물 창조에 일조했다고 볼수 있으리라.
일반 관객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즈음 배우 김정은은 최근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혜경으로 점프컷 한다. 음미할수는 있지만 실은 난감 그 자체였던 서른살 학원강사는 고스란히 나이는 유지하되 10년동안 핸드볼에 몸담으며 잔뼈가 굵은 결혼도 해본 여인과 오버랩된다. 임순례 감독과 나현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들은 2004 아테네올림픽의 실제를 바탕으로 김혜경, 한미숙 선수를 각각 김정은과 문소리가 맡아 호연했다. 어 쩌면 의도적이었을까 김혜경은 극이 어느 정도 전개된 후 다소 갑작스럽게 등장했어서 처음엔 그간 김정은의 스테레오타입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후배 선수들을 향해 “한마디만 할게. 늬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내뱉는 순간 카리스마가 느껴지면서 그동안의 영화들, 예컨대 <불어라 봄바람>과 <가문의 영광> <잘 살아보세>에서의 코믹한 이미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니>에 이어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 ‘그녀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처럼 이 ‘여성 영화’속 캐릭터들은, 10여년동안 핸드볼이라는 비주류 운동을 하며 삶과 지독한 투쟁중이다. 대표팀 선발을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하다 불임이 되고만 송정란(김지영), 나름대로의 소망과 실력이 있으나 선배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오수희(조은지)도 애로사항이 있지만, 가장 공감이 가고 눈시울을 적시게하는 이들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혜경과 미숙. 제목을 ‘여자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이라고 해도 될만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실업팀의 불안정한 환경을 도입부에서 잠깐 보여준후 태릉선수촌 생활로 곧바로 들어간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을 보노라면 극히 남성적인 종목인 축구 경기에 비해 핸드볼 경기는 상당히 여성적임을 알 수가 있다.
힘겨운 가정사의 한미숙과 매사 긍정적인 송정란에 비해, 일본에서 지도자로 확고한 위치를 누리다가 돌아온 김혜경은 이혼으로 인한 내상(內傷)을 안으로 삭힌 인물로 보인다. 대중적 장르 영화와 작가주의를 아우르는 <우생순>은 김지영과 조은지가 상업적 컨벤션을 구사하며 균형을 이루어간다. 여성들 내의 신구 세력간의 반목이 있다가 남자 감독이 출현하며 일방적인 훈련방식에 선수들이 오히려 단결하는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그 플롯의 계기는, 혜경과 미숙의 우정 혹은 의리였다. 정재은감독이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10대와 스무살 여자아이들을 조명했다면 이 작품은 그 이후의 친구 관계에 대한 고찰이 아닐까? 이혼했다는 이유로 감독대행 중에 선수로 경질되는 순간 만약 혜경이 고집스럽게 국대를 거절했다면 이 모든 인간적 애증은 없었을지도 모를 터이다. 동료 및 후배들에겐 그런 그녀의 모습이 팀을 위한 희생으로 보였겠으나 혜경의 심중에는 해결하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전 (前) 연인이자 현재의 감독 안승필(엄태웅)과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만년 2인자이게 만든 최고 선수 미숙에 대한 열등감 등. 메달을 향한 고된 레이스에서 혜경은 자신과의 싸움 뿐 아니라 주변 관계들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으며 점차 성장해 간다. 그는 국가대항 경기 후에 돌아갈 곳이 탄탄하기 때문에 가진 자의 위치이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은) 같은 여성 동지 입장에서 미숙을 ‘돕는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선 그것이 적선이라고 처음엔 여길수 있고 그래서 미숙도 분통을 터트리지만, 핸드볼 또 올림픽이라는 눈앞의 목표 앞에서 그녀들은 연대하며, 이 지점이 바로 <우생순>의 진정한 감동이다. 성과지상주의나 애국심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이 운운 하며 노골적으로 노장 3인방을 몰아세우고 유럽식 훈련을 강조하며 멤버 개개인의 개성은 도외시했던 안 감독까지 아우르는 자매애를 말하는 것이다.
<우생순>은 상영종료가 1년도 안되었기 때문에 아직 평가가 조심스럽고 모든 것이 최고라고 이야기하긴 힘들다. 앞서 김혜경과 한미숙의 우정이 가장 진정성있는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일부관객은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적 진솔함과 역동성 넘치는 스포츠 장르로써 작품성과 재미를 추구하다 실제 인터뷰 화면으로 급하게 마무리한 점도 아쉽다. 이렇듯 김정은의 역할들은 캐릭터의 섹슈얼리티를 체현하고(<사랑니>), 여성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남근적 질서를 넘어섬으로써 (<우생순>) 새로운 주체를 제시했는데, 이는 명민한 감독들과의 작업에서 이끌어낸 연기였다. 현실에 뿌리박고 있음과 동시에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는 조인영과 김혜경은 - 연애, 우정, 직업 모두에서 - 여성주의의 한 줄기임이 틀림없다. 지금 한국영화속 여성 캐릭터 그리고 여자 배우들은 60년대 르네상스기만큼 진화하고 있으며 많은 신진 세력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루는 과정 중에 있다. 다양한 여성적 목소리가 한국영화계와 대중문화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웅숭깊은 역할들이 시나리오로 씌여지고 제작자들은 과감히 배우를 캐스팅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선입견없이 작품을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읽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할 관객이 가장 절실하다. 김정은은 최근 개인의 연애사와 관련해 아마 큰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그러한 심적 파동을 승화해 더 깊은 연기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by 주소원 http://www.neoimag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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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눈물, 우정,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선수들의 영광과 이면을 생각해봤다. 극장에서 <우리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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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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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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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론 - 네오이미지스 수록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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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2.0, 의 종말

'필름2.0'' 폐간된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너무 빨리 ㅠ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스카우트> (hana) -김현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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